게보앤더섀도우



2014 <두산인문극장 : 불신시대>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이번에는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게보와 그림자> 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Manoel de Oliveira)

1908년 12월 11일

포르투갈 출생

 

현직 감독 중에는 최고령자이다.

무려 105세.

 

이분의 영화 스타일은 매우 정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최소한이고,

Minimalism으로 최대한 프레임 안에서 

주변 환경과 소품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상징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배우들에게는 스타일리쉬한 연기를 요구한다고 한다.

특히 연극적이지만,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요구한다고.

 

참 까다로운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O Velho do Restelo 

(lit. The Old Man from the Restelo) 라는

 단편영화를 제작중이란다. 

(2014.4.9 촬영 시작)



게보와 그림자

이 작품은 원작은 Raul Brandao

연극 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는 6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한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총 25일.

원테이크로 간 것은 아니지만, 

왠만한 장면들은 끊김없이 고정 카메라를

여러대 사용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엄청 어두운 분위기다.

포르투갈 출신 감독의 프랑스 영화이다보니

영화 첫 장면부터가 다르다랄까.

특히 음악은 마치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옆에서 연주하는듯한 분위기였다.

 

한 남자가 항구에 서 있다가 움직인다.

어두운 골목.

손이 나오고,

그 남자는 어둠속에서 있다가 나오면서 

도망가며 외친다.

"내가 하지 않았어"

 

마치 연극의 시작과도 같았다.



영화 내내 카메라의 움직임은 최소한이었다.

매우 평면적이었고, 정적이었다.

감독의 105세라는 나이때문일까 라는 생각도.

 

정말 연극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다.

며느리는 독백이 많았고,

상황을 설명해주는 나레이터와도 같았다.

어찌보면 게보의 집에서 

며느리는 나레이터와 같은 존재인지도.



영화는 보는 내내 어둡다.

아무리 촛불이 키고 날이 밝아도.

마치 제목처럼.

모든게 다 그림자 속인 것만 같다.

게보의 그림자, 제목처럼.

 

게보는 끊임없이 아내를 속인다. 

아내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게보도 며느리도 노력한다.

아들의 소식을 듣고 싶어하고 

아들이 곧 희망인 아내지만,

이미 8년째 수배중인 아들이 

잘 지낸다는 거짓말을 한다.



아내는 매우 감정적이다.

그 감정에 휘둘려서 산다고 해야될까.

실체가 없는 것에 묶여서 사는 모습이다.

그래도 게보의 집에서 

가장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들의 첫 등장은 

이 영화에서 파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가장 동적이고도 요란한 등장이었다.

엄마의 우울한 감정과 매우 상반되는 

UP된 감정의 극을 보여줌으로

엄청난 대비를 보여주었다.

아들의 등장 만으로도 집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게보는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반복적으로 계산을 한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게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그가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아내를 위한다기 보다는

변화를 싫어하는 자신을 위해서.

 

그는 회사에서 정직한 게보로 불리우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정직과는 다른 모습으로 행동한다.

불쌍한 게보.

그게 그의 실체다.

 

특히 그의 대사 중에

Good fortune in life is when 

nothing happens

그의 삶의 좌우명 수준이다.

 

며느리의 "Good fortune is routine?" 질문에

Good fortune is always doing the same works 

and saying the same words

라고 답한다.

 

이때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바로 게보 자신이었다.

며느리도, 아들도, 아내도 아닌 바로 게보 자신.

자신이 행복이라 생각하는 것이 변하고 무너질 때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게보는 영화 중반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림자 아래 살고 있어.

평화는 오로지 잠 잘 때,

그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아들이 돌아와 말한다.

집은 숨막히다고.

가족들 모두가 다 일그러졌고,

다 다르다고.

 

아들은 돈을 훔쳐 달아나기전 

고뇌하면서 말한다.

자신에게 다른 모습이 있다고.

밤이 되면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이 깨어난다고.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Everyone commits crimes,

at least in their thoughts.

 

과연 아들은 존재하는지 의심이 든다.

게보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밤의 어두움 보다 더 짙은 내 영혼의 어두움"

"내가 악이며 누구도 내일 범죄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림자는 있다.

 

  

영화에 대해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가 있다.

참고해보면 좋을 것.


http://cinema-scope.com/features/a-murderer-cannot-avoid-death-thoughts-on-manoel-de-oliveiras-gebo-and-the-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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