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벌써 7년전 했던 연극을 회상하면서 글을 남기려니 

참 기분이 묘한 것 같다.

 

한동대학교 제15회 젊은연극제 참가작 멕베스:돌이킬수없는, 

이 연극으로 인해 나의 삶 전체 방향이 다 바뀌었다.


처음에 생명과학부를 가려던 나였는데, 

1학년때 기획팀이라는 글에 끌려

나도 모르게 지원하고 한 학기,

그리고 방학까지 세종대학교 극장에서 보냈던 시간들.

그때 정말 미쳐있었나 싶다.

 

학관 104호에서 연습하던 때, 

매 시간마다 찾아가서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고는 했다.

그때 왠만한 배우들 대사는

정말 다 외웠던 것 같다.

 

꼭 할일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었고,

뒷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과제를 하더라도 

그냥 뒤에서 앉아서 가끔 구경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지금은 기획팀이 의무적으로

1주일에 몇번으로 연습참여를 

하도록 하는 것을 보면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그때 기획팀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형 그리고 누나들이 시키는 것만 했고, 

그래도 이것저것 아이디어들을 내고

그 아이디어들이 채택되었을때의 즐거움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지금의 학관 104호는 많이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104호가 이랬었다.

이곳에서 수업도 햇었고,

예전에 여기서 드라마 작법 기초 과목까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이중문과 검은 벽은 없고

흰벽이 가장 크게 다르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이때의 의자는 나무의자였다.

지금처럼 푹신한 의자는 아니었다.

공연 때 앞무대를 늘리기 위해

맨 앞 의자 한두줄은 볼트를 풀어서 밖으로 날랐던 기억도 난다.

엄청 무거웠다. 

 


교수님께서 사진 과제를 내주셨던 때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지금보면 상당히 낯이 익은 모습이다.

마치 지난번 한여름밤의 꿈 때 마리오네트 장면 같지 않은가..?

 


그때 마녀와 마남(?) 분장이다.

그때 분장이 영롱이였는데,

참 멋지게 잘 해주었다.

이떄 영롱이를 처음 알게 되었구나. 그렇고보니.



무대는 정말 멋졌다. 뒤에 백드랍

그리고 바닥에는 마법진을 연상시키는 페인팅까지.

멕베스 연극의 시작은 배우들이 나와

무대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하였다.

무대인사를 하고 리와인드를 하며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식이었다.


마치 영화 메멘토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때 당시 연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도 매우 생소한 방식의 연극이였다.



많은 장면들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

멕베스 부인이 피에 물든 손을 보며 씻으려고 하는 장면.



마녀들이 멕베스에게 힘을 불어넣고 매혹하는 장면.

과연 멕베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뱅코우와 덩컨왕을 죽인것일까.



마녀들의 움직임과 조명 그리고 멕베스의 표정

모든 것이 정말 멋졌던 부분이었다.




벌써 7년전 작품이 되었다.

연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공연계의 첫발을 내딛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학교에 돌아와 연극개론 수업 때 그때 했던 공연의 영상이 남아있어

수업 자료로 쓰이는 것을 보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공연은 그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그리고 공연이 끝난 지금까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진정한 끝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공연은 막이 내려도 항상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끝으로.

못찾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렵사리 구할 수 있었다.

 

 

한동대학교 제15회 젊은연극제 참가작 멕베스:돌이킬수없는 홍보영상





2014년 4월 1일 2시 프레스콜 공연

2014년 4월 6일 정기공연(관객과의 대화)

 

총 2번을 보러다녀왔다.

처음에는 프레스콜 공연을 보고 

끝내려고 했지만, 

프레스콜 공연 때 

수많은 셔터소리에 

도무지 극에 집중할 수가 없다보니,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는. 

(정작 사진은 많이 안찍고 연극 보기 바빴다)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날 공연을 다시 왔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이번 <두산인문극장 2014 : 불신시대>에서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

 

주제로 하는 연극이기에 가기 전에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찾아보았다.



Gina Gionfriddo (지나 지온프리도)

 

드라마는 

<Law & Order> <Cold Case> <House of Cards>와

<Rapture, Blister, Burn> <Becky Shaw>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이번 <두산인문극장 2014 : 불신시대>의 

첫 연극 작품으로는 <Becky Shaw>가 준비되었다.


<Becky Shaw>는 이미 제작되었던 작품이었고, 

그때도 큰 센세이션은 아니지만, 

잔잔한 파동은 주었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공연 보러가기 전에 대충이라도 

대본을 읽어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인터넷에 찾을 수가 없었다.

두번째로 보러 갔을 때는 

기자단 리뷰 작성을 위해 녹음을 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대사들도 많아서.

 

국내에는 번역본 조차 나와있지 않던 상황이라서.

뒤늦게 오늘 공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화여대 통번역연구소에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영국에 있는 Almeida Theatre 에서

제작되었던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읽어보고 갈 수 있었다.



다른 극장에서도 제작되었지만, 
내가 찾은 배부자료가 Almeida Theatre자료다 보니.
Almeida Theatre에서 제작된 홍보용 티저 영상이다.

연출인 Peter DuBois는 

Gina Gionfriddo 와는 Brown University 동창 사이.



Almeida Theatre <Becky Shaw> 포스터.
한국 포스터와 색채 사용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Almeida Theatre에서 제작된 것은 
약간 어릴적 보던 Archie 만화 느낌.
외국에서도 <Becky Shaw>를 
마치 한편의 시트콤이라고 표현을 한것을 봤는데,

포스터도 어두운 분위기 보다는 밝은 톤을 사용했다.


국내 <베키 쇼>의 연출은 박근형 연출 (극단 골목길 대표)였다.
2000년대부터 각종 연극 관련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배우


신덕호 (맥스 가렛 역)



이연규 (수잔 슬레이터 역)



강지은 (베키 쇼 역)



  김도영 (수잔나 슬레이터 역)  



박윤희 (앤드류 포터 역)

캐릭터 설명
Almeida Theatre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보니, 
한국판과는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다
Almeida Theatre 자료는 
첨부파일에 있으니 확인할 수 있다.

수잔나 슬레이터
수잔 슬레이터의 딸, 35세, 
아버지의 죽음에 큰 영향을 받았고, 
감정적이고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맥스를 사랑한다. 하지만 앤드류와 결혼했고,
앤드류 또한 사랑한다.
심리학 박사학위를 공부중이고 
어린이들을 심리치료하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수잔 슬레이터
50대 후반의 나이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으며, 
자녀들과는 다르게 
감정과 죽음에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남편 리처드가 죽은 이후에 
어린 애인 레스터를 만나고 있다. 

맥스 가렛
나이는 36, 
수잔 슬레이터와 리처드 슬레이터에 의해 길러졌다.
어릴적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아버지는 화이트 칼라였지만,
계속 감옥에 들락날락하면서,
맥스를 버리려하지만,
리처드가 그를 불쌍히 여겨서 아들처럼 키워준다.
그는 많은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리처드의 자산 또한 관리하고 있다.
여자관계는 복잡하다. 
보통 3개월 이상은 지속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연약한 모습은 싫어한다.

앤드류 포터
앤드류는 원래 작가지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혼 직후 사무직으로 일을 한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것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스키 여행에서 수잔나를 만나 결혼했다.
수잔나를 사랑한 것은 그녀의 연약한 모습이었다.
높은 연봉보다는 삶의 행복과 만족도를 위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맥스와 대조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연약한 여자에게 쉽게 끌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베키 쇼
나이 35세,
앤드류의 사무실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재산도 없고 차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가족과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브라운 대학 중퇴, 안정적인 삶을 꿈꾸고 
정신과 치료도 받은 적이 있다.
이성과 교제를 가진 경험은 있지만, 
좋게 끝난적은 없다.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프리셋 장면.
프리셋은 다소 심심했다. 

회색의 낡은 느낌의 벽면과 고풍스러운 듯하지만, 

비싸보이지 않는 느낌의 호스텔 분위기랄까.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리처드 슬레이터가 죽고 
그 죽음에 슬퍼하는 수잔나 슬레이터,
그리고 자산 관리인으로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맥스 가렛,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남편이 죽은지 6개월만에 
자녀 뻘의 레스터와 교제 중인 수잔 슬레이터,

남편이 남자였던 그의 비지니스 파트너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양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슬레이터가의 자산이 거의 파산 직전이라는 것.
수잔은 레스터에 더 관심을 쏟고 
결국 자산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아버지의 죽음에 깊게 빠진 수잔나는 
맥스에게 위로를 받고자 한다.
맥스는 친여동생은 아니지만, 
동생처럼 25년간 살아온 수잔나와 하룻밤을 잔다.

이때 떠올랐던 것은 지난 민승기교수님의 강의에서 
"한번의 키스가 존재에 균열을 낸다"
라는 말이었다.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친동생 처럼 25년간 함께 살아온 동생과 
키스를 하고 성관계까지.
어찌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낸 것은 맥스와 수잔나가 아닐까.

매춘? 결혼? 다 같은거야.
서로 원하는게 있기 때문에 
두사람이 함께 하는거야
사랑은 그저 감각이야.
배고픔이나 추위처럼.
우리가 생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감각.
- 맥스의 대사 中 -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수잔나는 기분 전환하기 위해 갔던 
스키 캠프에서 앤드류를 만나 결혼했다.
맥스와 하룻밤을 잤던 날부터 8개월이 지난 시점.
수잔나와 앤드류는 
맥스와 베키 쇼를 서로에게 소개시켜 준다.

맥스와 베키는 단둘히 데이트를 나가지만,
데이트도 굴곡이 있었다.
강도 당하고, 맥스는 베키와 하룻밤을 지내고.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맥스는 연약함은 인정 못하는 성격이라서,
베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베키는 의존적이다.
문제는 의존적인 모습이 
앤드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처음에 수잔나에게 호감을 느꼈던 이유가 
'다친 양'같아서 였는데,
더 이상 수잔나는 '다친 양'이 아니라서.

앤드류는 지속적으로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런 사람이다보니.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결국 앤드류의 이러한 모습이 
수잔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결혼 생활에 위협을 느낀다.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거부하는 맥스.
계속 다가가는 베키.
맥스를 사랑하는 수잔나.
수잔나를 사랑하는 앤드류.
맥스로부터 통제받는 것에 익숙한 수잔나.
그러한 통제를 주지 못하는 앤드류.

모든게 다 엉망이 되어버렸다.

극의 끝 장면은 맥스가 앉아있고 
그 뒤로 베키가 다가간다.
마치 모든 것을 주도하고 통제하던 맥스의 주도권이 
베키에게로 전달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과연 행복할까.
과연 사랑했을까.

끝에 우정을 운운하는 맥스를 보며,
다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랑'은 아니었던 것.


극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극 중간에 배우의 대사에 맞춰서 
극 무대가 움직이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관객의 몰입도를 방해할 수 있을텐데,
그 순간 내가 보는 것이 '연극'이라는 것. 
관객에게 갑자기 이 모든게 
다 실제가 아닌 거짓이라고 느끼게 했으니까.
무슨 의도에서 그렇게 한 것인지 물어봤다.

연출님은 다른 작품에서 
회전 무대를 사용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Armeida Theatre에서 그렇게 했다)
두산인문극장 스페이스111이라는 
환경 내에서 시도는 했지만,
큰 성과는 없는 시도였다고 말해주셨다.




번역 극의 특성상 원작에 비해 
많은 부분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다른 곳에서 했던 <Becky Shaw>의 영상을 봐도.
그래도 나름 한국화하고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주었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두산 인문 극장에서 
4월 26일까지 하는 <베키 쇼>에 가볼 것.

끝으로 내게 인상 깊었던 대사 중 하나.

"남자가 착하다는 것은 종종 무능력과 짝을 이뤄"
- 수잔 슬레이터 대사 中 -

착하게 살 수 없는 세상
우리 사회는 이대로 지속될 수 있는가?



알메이다 극장 베키쇼 참고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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