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두산인문극장 2014 : 불신시대>의

두번째 연극, 엔론을 보러 다녀왔다.



5월 11일 일요일 3시 공연으로

<관객과의 대화>까지 할 수 있어서

신청하게 되었다.



미국 지폐에 온갖 낙서들이 가득한 이것이

연극 ENRON의 브로셔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뒷면.



마치 신문지의 1면처럼,

그리고 누군가가 신문을 읽으며

하이라이트 해놓은 것 처럼

중요 정보를 별도로 표시해놓은 것이

디자인을 매우 잘 했다고 생각했다.

특히 8컷 만화로 연극의 장면을 표현한 것도.



ENRON은 단순 연극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극이었다.

그때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이로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미국에서도 이처럼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고,

ENRON의 CEO와 관련된 사람들은 수감되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2001년 말에 엔론이 보고한 재정상태가 

제도적, 조직적, 체계적, 창의적으로 계획된 

회계부정(분식회계)으로 지탱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엔론이 파산하자 엔론의 경영진은 물론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이 봇물을 이루었다. 

엔론의 회계를 맡았던 아더 앤더슨은

 엔론이 파산하기 훨씬 전부터

 엔론의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엔론은 2002년 1월 17일 아더 앤더슨과의

회계용역계약을 해지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엔론의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 회장과 최고경영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연방법원에서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각각 징역 24년 4개월, 24년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엔론의 외부 감사를 맡고 있던

미국의 5대 빅펌(회계법인) 중 하나였던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en) 역시

이 사건으로 인해 영업 정지를 당하고

 결국 파산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엔론은

기업 사기와 부패의 유명한 상징이 되었다.

(위키피디아 발췌)



(사진출처 : 플레이DB)


배우들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도 뚜렷하고

보는 내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화려하고 무엇보다 넓은 무대가 돋보였다.

막 전환을 최소화하고 

뒷 배경에 스크린으로 여러 장소를 표현하며

화려한 연극이었다.


연극 처럼 보이지만,

뮤지컬 처럼 배우들이 단체로 춤을 추고

사태가 심각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재미있고 재치있게

풀어냈다.


연극 시작할 때,

극장을 가득 채우던 WHY라는 목소리.

아마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배우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서로에게 반응하려고 했다.

다만 조금 부족한 느낌.

뷰포인트로 하려는 것은 알겠으나,

잘 안된듯.

공연 전공하면 눈만 높아지는 것 같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언빌리 '버블'

명대사가 아닐까 싶다.

거품.

거품 밖에는.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엄청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음악과 춤으로 가볍게 풀이했다.

만약 이렇지 않았다면, 

엄청 침체된 분위기의 연극이었으리라 생각.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제프리 스킬링역을 맡은 배우는 정말 잘했다.

135분의 러닝타임 동안 흐트러짐 없이

거의 등퇴장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무대 위에 있었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랩터.

랩터의 상징을 생각해보며

극을 봐도 큰 재미로 와닿는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제프리 스킬링,

남자는 역시 수트.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다른 미국의 기업들을 저와 같이

퍼펫으로 표현했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정말 연기 잘했다.

처음과 끝.

계속해서 변하는 역할이었고,

그 변화가 느껴져서 좋았다.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연극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다.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을

춤과 음악으로 재미있게 풀이했고,

다만 앙상블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뷰포인트가 잘 안되서 그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작품 자체만으로도

단점들을 충분히 극복하고

주연들의 멋들어진 연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연극 초반에 극으로 들어가기 전

인트로 같은 대사를 끝으로

이 연극을 추천한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세상이 어려울 때 돈을 버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죠.

회사가 망한다거나 실업률이 올라간다거나 

결혼이 파경을 맞는다거나

사람들이 자살로 내몰린다던가.


누군가가 나눠야하지 않겠습니까? 돈을?


이럴 때 우리는 실로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요. 

여러분들께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설명해드릴 수 있지만

저에게는 시간이 없고 

여러분에게는 돈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가끔 누군가가 튀어나와 

그런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이 오면 다들 위대한 사람을 찾아내 

그를 우러러 보면서 상황을 바꿔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사람 안에는 

잠재된 위험이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보게될 세상을 바꾸려고 시도 했던

어떤 사람은 20세기말을 뒤흔들고 

이번 세계에도 그림자를 던진 

기업 범죄의 배후에 있던 사람입니다.


모든게 사실이지만, 모든게 사실이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마치 모두가 사실인냥 포장해서 보여드릴 것입니다.

뭐 사실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준비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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