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섭중령



2014.03.17


몇개 없는 나의 군대 사진.

유일하게 제주도 전술훈련 갔을 때, 일회용 카메라로 조금 찍었던게 전부.

일회용 카메라의 한계가 있어 완전하게 잘나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것이라도 있어서 가끔 생각날 때 찾아볼 수는 있어서 좋다.

 

항상 부대로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반겨주는 사람이 있건 없건.

솔직히 한국사람들은 군생활 했던 곳 향해서 소변도 안본다던데,

그때는 아무리 힘들고 욕하고 그랬어도, 많이 배웠고, 느낀 곳이라서

다시 찾아가고 싶었다.

 

확실히 많이 늦었다. 이미 내가 예비군 3년차니까.

주섬 주섬 집 어딘가에 던져놨던 전역증을 챙기고(혹시 몰라서)

강변역 동서울터미널로 증평생 11:50분 차를 타기 위해 출발했다.

 

사실 전날밤, 마치 군대 재입대 하는 느낌이랄까.

묘한 기분이어서 잠을 잘 못잤다.

주말이라 조용한 부대겠지만, 어떨까 싶었다.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으니 참 그냥 무대뽀 정신으로 갔다.




같이 가기로 했던 후임이 조금 늦어서 강변 동서울터미널 2층에 처음으로 올라가봤다.

기독교 서점이 있어서 올라가보니, 엄청 크고 많은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김영애 사모의 <구름기둥>도 이렇게 '기둥'처럼 해놓고 팔고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냥 졸업생들 이야기 엄청 많이 써있기도 하고,

<갈대상자> 후속편 답게 한동대학교 그 이후 이야기들이 많이 써있었다.



결국 12:20분 차 타고 출발.

증평 가는 버스 티켓이 8100원이나 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차비가 인상된 것 같았다.

가면서도 길에 교통사고도 나고 길도 밀리고 해서

1시간30분 걸릴 거리를 3시간이나 걸려서 늦게 도착했다.

 


증평에 3시가 다되서 도착.

여긴 여전했다.

터미널 밖에 휴가 복귀해서 부대 들어가기 전에 밥 먹던 25시 해장국집도 있고,

참 발전이 더딘 곳이었다.

그때 군 생활 할 때 2010년인가, 던킨 도너츠가 처음 생겼으니 말 다했지.



후임이 로또 5천원어치를 사길래,

나도 그냥 한번..로또는 아니고 그냥 연금복권.

자주 사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거 사면 1주가 조금은 든든하다고 해야되나.

복권에 완전 목메면 안되지만, 가끔 기분전환 겸 해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부대로.

택시 요금은 8500원 정도.

충북 지역은 참 교통편이 불편하다. 

지난번에 청주 갔을 때도 마을버스 간격이 기본 40분이상은 넘어가서 얼마나 불편하던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1987부대.

'무적흑표 완벽작전'

저 슬로건은 여전했다.

 

부대 위병소로 가는 길에 우측으로 '흑표관'이라고 새로 지은 곳이 있었는데,

전에 부대에 있었을 때, BTL사업으로 하던 곳이 이미 완공이 된 듯 했다.

참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위병소로 가는 길.

참..기분 묘했다.

위병소로 들어가 당직을 보니 경비소대 병장 1명, 그리고 중위 1명이 있었다.

 

1대대 2대대 그리고 가운데에 흑표상.

여단장님 있는 곳.

흑표회관.

 

들어가고 싶었지만 결국 들어갈 수는 없었다.

 

5대대 지통실에 전화 걸고,

5대대 지통실에서 여단 지통실로 전화 걸고,

누구 면회를 온 것이 아니라면 부대는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

 

아...

오기 전에 알고 있던 부사관분들한테 연락하고 올걸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사실 당직에게 동행해서 같이 들어가면 안되냐고 하고 싶었지만,

 

중위 표정이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하는 표정이어서.



결국 다시 나와서 후임이랑 같이 자장면과 짬뽕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내내 그냥 추억의 쫀디기 뜯으면서 올라왔다.




다시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혹 또 가게 된다면 연락하고 가겠지만, 그때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지.

갈수록 줄어들텐데 말이다.

 

그냥 이제는 선임후임과 만나서 안주 삼아

그때 그 시절

그 이야기들을 하겠지.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지만, 정말 멋진 사람들과 군생활을 했구나 싶다.

그중에 대대장님을 뺄 수가 없는 것 같다.

항상 어려웠지만, 정말 참 군인이 어떤지를 볼 수 있었다.

임대섭 중령님.

레바논 동명부대 부대장이셨다.



임대섭중령님이 다른 부대로 가고 두번째로 맞이한 대대장님은

임종하 중령님.

UAE 아크부대 부대장으로 내가 전역한 이후에 가셨다.

 

참 멋진 분들과 군생활 했다.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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