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1일 탑승했던 제주항공 7C 155편

간만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기로 했다. 제주도를 마지막에 언제 갔었더라. 제주도는 내 여행 후보군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곳이었다. 제주도를 여행할 돈으로 차라리 해외를 다녀오자 하는 생각이 컸었기 때문.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가는 제주도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만일 혼자였다면 안 갔을 제주도. 이번에는 다이빙을 제주도로 가기로 하여 다녀오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퇴근해서 오는 관계로 나 혼자 먼저 제주도로 향했다. 6월 21일 제주항공 7C 155편으로 갔다. 제주항공을 탔을 때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륙한 직후 기장이 의례적으로 하는 방송을 하는데

 

"안녕하세요. 승객 여러분을 제주도까지 안전하게 모실 진에어 기장..(정적)..제주항공 기장 아무개입니다"

 

아마 최근에 진에어에서 제주항공으로 이직했는지, 기장이 햇갈린듯...ㅎㅎ

 

너븐팡 게스트하우스

첫날 도착해서 사용할 숙소로 너븐팡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다른 곳보다 약간 비쌌지만, 후기가 괜찮았다는 평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버스 한번 타고 약 15~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4인실 벙크 베드룸

4인실 도미토리로 했는데, 각 침대마다 커튼이 있고 푹신한 메트리스가 있었다. 꽤 깔끔한 느낌. 그리고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 프라이버시도 가질 수 있었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 에어컨 등 하룻밤을 묵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냉장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냉장고는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할 수 있었다.

짐 풀자마자 모든 전자제품들을 충전하였다. 항상 여행가게 되면 가장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부담스러운 짐들이 바로 전자제품들. 가끔은 이러한 것들로 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생각도 싶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 드론은 다시 판매할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찍은 멋드러진 드론 샷들을 보다보면 또 가지고 싶기도.

너븐팡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조식도 먹을 수 있었고, 오후에는 안주류도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것을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 다음에 기회되면 꼭 먹어보려고. 조식은 숙박비에 포함.

조식이 제공되는 지하 라운지 한쪽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각종 악기들도 있었고, 프로젝터를 통해 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일행도 도착한 뒤에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었다. 제육볶음과 성게미역국, 토스트, 시리얼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주도에서 요트 다이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곳. 모비딕 다이브센터로 향했다. 모비딕의 요트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 모비딕에서 교육을 받는 것은 SDI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트록스도 가능하다는 것. 해본적은 없지만.

가이드 해주시는 다이버 강사님. 더블탱크가 부러웠다.

제주도는 다른나라에 있는 단단한 재질의 산호초와 다르게 연한 산호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연산호 군락지가 제주도 곳곳에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망가진 것처럼 보였다.

빛을 비췄을 때 색이 살아나서 너무나 이뻤던 연산호. 하지만 많이 망가져있어서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호 사이에 숨어있는 물고기 발견

다이빙 할 때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햇빛이 쨍한 날이라면 이런 모습들이 더욱 이쁜데 좀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다.

출수한 후에 보이는 문섬 사진. 그리고 우리가 들어갔던 포인트는 문섬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한개창이라는 곳이었다. 예전에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포항 바다는 들어간적이 있었어도 스쿠버다이빙으로 들어가본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동행한 사람들도 한국 바다가 처음이었던 사람들이었다. 오픈워터 교육을 받는 사람 3명은 강사와 동행하고 나머지 6명은 샵에서 나온 강사의 가이드에 맞춰서 다이빙을 진행했었는데, 한국 바다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 바다 다이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나열해보자면

 

1. 별로 볼것이 없음. 한국 바다는 많이 망가져있었고, 화려한 물고기나 누디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기 보다는 황량한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제주도라서 볼 것이 있겠다는 생각. 아마 동해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짐작.

 

2. 파도나 너울 등 기상이 너무나도 안좋음. 옛날에도 포항에서 여러번 경험했었지만 한국의 바다 기상은 정말 별로. 이번에도 다이빙 하면서 역조류를 차고 가는데, 동남아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기의 조류라서. 한국에서 왜 스쿠버다이빙 관련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인의 안전불감증은 덤

첫 날 다이빙을 마치고 숙소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서 전복 물회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정말 전복만 들어가있었다. 포항에서 물회를 먹으면서 대학생활을 보냈더니 간에 기별도 안가는 양 그리고 밍밍한 얼음 동동 띄운 육수는 정말...

 

그래도 객주리(쥐치) 조림은 맛 있었다. 살코기가 부드러웠고 다 먹고 난 후에 밥 볶아먹는 것도.

밤에 잠 자면서 귓가에서 모기가 웽웽 거렸는데, 어둠 속에서 귓가를 확 움켜쥐었는데 잡았다라는 느낌이 들어 후레시를 켜서 손을 보니 정말 잡았다...ㅋ 나이스샷

이른 아침에 다이빙 가기 전 아침 식사로는 국밥을 먹었다. 담백하니 맛있었다.

다이빙 샵에 있는 고양이 두마리

귀염 귀염

다이빙 둘째 날, 이 날은 조류나 파도가 더 심했고 더 힘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이빙을 시작했는데 첫 다이빙 이후 배멀미가 심해서 토하면서 마지막 네번째 다이빙은 포기했다. 그리고 포기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뒷 다이빙 한 사람들은 파도가 더 심해서 고생했다고. 그래도 첫 다이빙에 괜찮은 것들은 다 봐서 만족. 방어때로 추정되는 무리.

이때 들어갔던 깊이가 대략 25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냉수대와 온수대를 번갈아가면서 경험하니까 아주 느낌이 찌릿했다. 

그래도 빛을 비추면 보이는 연산호는 정말 이뻤다.

그리고 내가 '유령신부'라고 이름 붙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다이빙 하다가 얼굴을 들어 이를 보니 엄청난 길이의 해파리와 쏠배감펭(라이온 피쉬)가 보였다. 빛이 많이 없어 화질이 별로 좋지 않지만, 유령신부라는 이름에 걸맞은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

다이빙을 마치고 제주도 흑돼지. 정말 맛있었던. 살살 녹음. 요즘에 육식이 폭력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정말 착한 폭력 좋아

점심 이후 쏘카를 빌려서 바다다 라는 유명한 카페로 갔다. 정말 바다 앞에 있는 카페였는데 한적하고 여유롭고 좋았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칵테일은 맛 없었다....... 분위기만 좋을뿐..........

'메이드 인 탐라' 라는 서핑샵 용품을 파는 곳으로 갔다. 뭐 딱히 사고 싶어서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일행이 가고 싶어해서.

정낭이 문앞에 있어서 신기하게 봤던.

뭐 그렇다고

문 앞에 이러한 패가 있어서 인상 깊었던. Life's better at the beach.

저녁은 숙소로 돌아와 한치회와 과일을 안주삼아 이야기 하다가 잠들었다. 제주도의 마지막 밤 치고는 좀 허탈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이었다. 매번 저가 항공만 타다가 오랜만에 타보는 대한항공이었다. 그리고 비상구 좌석이어서 돌아오는 길은 아주 쾌적했다.

 

음. 이번 여행에 대한 총평은 별로-였다. 다이빙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함께하는 사람들이랑은 딱히 재미가 있던건 아니었다. 지난번 보홀로 같이 갔던 사람들이랑은 재미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다음 번 여행은 언제 갈지 모르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했으면. 차라리 혼자가 갈수록 편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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