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Λ] "설날 둘째날"

2016. 6. 18. 22:56


2016년 2월 9일

설날 둘째날 외가로 향했다.

내가 어릴적 돌아가셔서 얼굴도 잘 모르는 외할아버지 산소에 먼저 갔다.



나는 평소에 죽으면 그냥 바다에 뿌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

외할아버지 묘를 보면서 그 생각이 많이 자리잡힌 것도 있었다.

외삼촌들이 잘 관리하지 않아서

흙이 쓸려내려가는 묘



넘어가버린 묘의 돌들을 보면서

참 가슴아팠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양지 바른 곳에 묻어달라하지만

할아버지가 묻혀계신 곳은 너무나도 춥고 햇빛도 잘 안드는 곳이었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도 있겠다.


묘의 잔디는 잘 자라지도 못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묘 아래에 있는 외할머니 묘로 갔다.

외할머니 묘는 할아버지 묘와 다르게 매우 햇빛도 잘 받고 따듯한 곳에 있었다.

산 위와 산 아래가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안 있어서 돌아가셨다.

나의 첫 군대 휴가는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나온 것이었다.



외할머니 묘 정도만 되도 참 좋으리렀다.

다만 아쉬운 건 묘비도 비석도 그 어느것도 하나 없는 묘

부모님을 땅에 묻어 모실 것이라면 정말 잘 모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엄마와 아빠를 연결해준 할머니

우리 친가쪽의 할머니도 이곳 경기도 이천에 계셨는데

이미 90이 넘은 연세셨는데 치매가 있으신 것 빼고는 괜찮으셨다.

물론, 다리도 많이 붓고 계속 했던 말 반복하시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를 반겨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도 기억 못하시고

아빠만 기억하셨다. 엄마도 기억 못하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뵈었는데 최근에 미국 다녀오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딸 결혼으로.

매 명절 때마다 뵙지만, 평소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도 아니고 잘 모르기도 하고,

그냥 설날 때 가끔 뵙는 어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 살았으니 그게 더 심할 수도 있겠다.



할머니는 계속 했던 말 하셨는데

옛날에 남편 분이 동네 건달에게 맞아 돌아가셨을 때

워낙 젊은 날에 과부가 되셔서 그 것에 대한 억울함과 한이 많으신지

그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이렇게 영상으로나마 매년 남기는데
나중에 돌아가시고 보면 묘하겠다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식구들



나도 동생도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이 산적은

알알히 박혀있는 청양고추가 정말 느끼한 맛을 잡아주었다.



그 외 여러가지 전들과 과일



또 뽀얀 국물의 떡국도 매번 변함없는 맛이었다.



이제 외가 다른 식구들을 보러갈 때였는데

마당에 토끼가 있었다.

겨울인데도 잘 살아있었다.



화원을 하시는 이모댁으로 갔다.

명절에는 화원은 더 바빴다.



서울로 치면 현충원 같은 곳 근처에 있는 화원에 납품할 꽃들이라고 했다.



꽃들을 보면서 이것을 발견했는데

이제는 꽃들도 중국에서 주문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단가가 안맞는다고.



오랜만에 꽃들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다.



화원은 꽃들을 위해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간만에 보는 연탄도 정겨웠다.



화원에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땅콩이었던 것 같은데

고구마 먹는 아빠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고구마가 먹고 싶은지 계속 근처를 배회하다가

이제는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잡힌 공중부양 사진..ㅋ


2016년도 설날도 그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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