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Λ] "외할머니 생각"

2015. 1. 9. 20:34


벌써 작년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정리한다.

원래는 2014년 12월 14일이었는데.


집 앞에 있는 작은 순대국집에 처음으로 찾아갔다.

꼭 순대국이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냥 겨울이기도 하고 혼자 있다보면 요리하기도 싫고,

그냥 누군가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어서 였다.


정말 작은 순대국집이었다.

직접 담그셨는지, 배추김치와 파김치 그리고 미역,

순대국밥에 빠질 수 없는 새우젓,

한 쟁반에 소박하니 담겨져 나왔다.



부추도 가득 넣고 팽이 버섯도 넣은 모습이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

파김치에서 액젓 특유의 냄새가 맛있게 풍겼다.



뒤집어보니 고기와 순대가 그득했다.



다대기를 살살 풀어 먹으니 추운 겨울이라서

더욱 맛있더라.



처음 식당에 들어섰을 때 할머니께서 주문을 받고는

불편하신 몸으로 주방에서 준비를 해주시는 모습을 보자니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11남매 그 중에 딸만 아홉.

옛날 경기도 이천의 딸부자집하면 누구나 아는 집.

아들이 귀했던 집이라서 손녀보다 손자라고 더욱 아껴주시던 외할머니.


딸들 시집가서 낳는 자녀들 마다 외할머니의 오랜 육아 내공으로

딸들에게 가르쳐주시고 나 역시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많이 돌봐주셨었는데.

순대국집 할머니를 보고는 저렇게 앉아서 TV를 보시는 모습에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홈쇼핑 화장품 광고를 보고 계시는 모습이

늙어서도 여전히 할머니도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살아계셨으면 외할머니도 저렇게 앉아서 홈쇼핑 광고를 보시고 계실텐데.



그냥 따뜻해지고 싶을 때

찾고 싶은 곳.


환호동 주민센터 맞은편에 있다.


오래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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