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계절학기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포항 죽도시장 경매장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경매장에 가면 해산물을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새벽 다섯시에 나와서 죽도시장까지 걸어갔다.

은근히 멀더라..

그래서 두번째 날에는 버스를 타고 갔다.



죽도시장안에 경매장이 두곳 있었는데,

한 곳은 조금 작은 곳이었고, 한 곳은 컸는데

일단 작은 곳으로 갔다.



경매가 한창이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못알아들어도 엄청 재미있었다.

경매 낙찰을 받은 상인끼리 가위바위보로

어떤 상품을 가져갈지 정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치열할 수도 있는 경매장 현장이 놀이의 현장처럼 보였다.



경매하는 모습도 보고 정말 많은 해산물들이 있었는데

문어가 많이 잡히는 포항 답게 여기저기 큰 문어들이 있었다.



오징어도 한 가득.



경매장 기둥에 많은 말들이 쓰여있었지만,

정말 인상 깊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이상 될 수 없다"

정말 치열하게 새벽부터 나와서 열심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경매하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던 것이

각종 수신호로 이뤄지는데 그것을 빠르게 캐치하는

경매사도 대단했고, 경매사의 말을 알아듣는 상인들의 모습들도 대단했다.



경매중인 홍게의 모습인데

정말 살아움직이고 있는게

경매장 분위기를 한층 더 올려주었다.



경매 상품 중에 상어가 올라왔는데,

상어는 비록 죽었지만, 눈은 역시 포식자의 눈이었다.



큰 경매장으로 가는 길에 어떤 고기를 잘라놓은 것을 보았는데

개복치인지 고래고기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두부 같은게 신기해서.



이게 바로 개복치.

정말 크다.



개복치 옆에 상어도 있었다.



상어를 잘라놓은 것 같은데,

크기만 컸지, 생선은 생선.

그냥 큰 생선.



큰 경매장은 더 활기로 넘쳤다.



작은 경매장보다 더 큰 대왕 문어

문어는 작은게 더 맛있다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시장 구조가 참 이상해서

큰 녀석이 더 비싸게 팔리는 묘한 상황이라고

어떤 블로그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



작은 상어 한마리가 덩그러니.



이곳에서도 경매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짜 크다.



아귀인가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미 경매가 끝나서 어딘가로 옴겨지는 고래 한마리



이것보다 더 큰 고래도 잡힌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엄청 컸다.



대구인가? 잘 모르겠지만 엄청 크다.



이 녀석은 살아서 경매장 바닥을 엄청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생선



뭔가 귀엽다고 해야하나.



홍게들이 수북히 모여있었는데

대충 가격 알아보고 다음날 사러 와야겠다 싶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배도 출출하고

걸어오느냐 너무 힘들어서.

물회 한사발 먹고 가야겠다 싶었다.

전에 부모님이랑 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곳으로 왔다.



간장 게장도 주고



기본 찬은 뭐 심플하게.



구운 꽁치도 나오고



물회가 나왔다.

12,000원 짜리와 15,000원 짜리의 차이를 저번에 비교해서 먹어봤는데

12,000원 짜리는 회의 식감이 부드럽다. 별로 씹히는 맛은 없다.

15,000원 짜리는 식감이 좋다. 씹는 맛이 있다.



살얼음이 있는 물회 육수를 넣고 비비비비비비



매운탕도 한 그릇.



물회를 다 먹고 밥 한그릇 말아서 먹으니

배가 엄청 부르더라.



다음날 또 와서 홍게를 사가지고 갔다.

2만원에 약 25마리 정도로 매우 싼값에 사가지고 갔다고 생각했다.



맛은 있었는데 살이 안 차있어서 아쉬웠다.

아직 남아있는 홍게들은 냉동고에 두고

국물용으로 사용하려고.



게딱지에 있던 내장과 참기름 파를 넣고

위에 치즈를 올려 그라탕으로 마무리.


홍게는 원래 국물용이기도 하고 원래 살이 별로 없다고는 한다.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번 포항 내려가면 경매장에 다녀와야겠다.



경매장을 이틀 연속 가고 싸게 사면서 느낀 점은

우리 나라 유통구조가 참 엉망이구나 싶었다.

경매장은 이렇게 싼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가는 가격은

1마리에 몇만원에서 10만원까지 올라가니까.

중간 상인들이 얼마나 많은 마진을 가져가는지 알겠다.

이렇게 사먹으면 절대 어디가서 못 사먹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해서

가는 길에 죽도시장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죽도시장에 와서 내가 먹는 것은

항상 정해져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1) 물회

2) 칼제비

3) 옛날 과자

4) 시장 튀김류


오늘은 식사를 위해 수제비 골목으로 직행했다.



수제비 골목에 가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게들이 여러개 있지만,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청양고추 썰어놓은 것과 양념장이 있고



앉으면 이렇게 간단한 깍두기를 주신다.



잠시만 기다리면 칼제비 한그릇이 뜨듯하게.

가격은 3500원


겨울에 홀로 계절학기를 하다보면

따듯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마다 찾고 싶은 곳.



오랫만에 죽도시장에 찾았더니

몇몇 새로운 좌판들이 생겼는데

한 젊은 분이 호떡을 팔고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호기심에 한번 기웃거려봤다.



씨앗 호떡이야 지난 부산 여행에서 먹어봤지만,

크림 치즈 호떡은 뭔가 싶어서.



젊은 분이 해서인지, 다소 깔끔한 느낌이었다.



어묵 있는 곳에도 갖가지 야채들을 넣어 놓았기도 했고



잘 배치되어 있어서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만 손님이 많아서 호떡을 받기까지

약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비주얼이야 그냥 호떡이지만


 

안에는 녹은 모자렐라 치즈와 크림이 있었다.

맛 없는 맛은 아니였지만,

호떡은 호떡 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주문한 한복을 수령하러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려고 했는데 한복이 포항이 아닌 잘못 배송되어

목포로 가서 결국 다음날에 받기로 했다.

아쒸..허탕쳤는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않지?

맛있는 것 먹어서는 아닐꺼야.

아마도.


※ 내 돈 주고 내 발로 걸어들어가 내 손으로 먹어 내 입으로 들어간 것에 대한 솔직한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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